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6년 2월 27일에 발행한 제187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이번 주 뉴스쿨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 HEADLINE - 조선의 평범한 여학생의 일기장 속, 1937년의 나날들
- 뉴스쿨TV - 3•1 운동 그 후...조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PLAY - 소심이에게 띄우는 편지
- BOOKCLUB - 아이들의 눈으로 본 일제시대


조선의 평범한 여학생이 끄적인
1937년의 나날들
지난 주에는 몸이 아파 참배에 빠졌는데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기에 오늘 아침은 좀 더 일찍 나섰다. 조카와 같이 신사에 갔는데, 조카가 왜 이런 걸 하냐고 물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어린 조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개가 짙게 내려 앉은 새벽길이 꼭 내 마음 같았다. -⌈만화로 보는 여학생 일기⌋ 中-
소심이는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매화반 반장입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시험을 잘 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장래 희망은 선생님입니다. 그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헬렌 켈러의 연설을 들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지키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하지만 소심이는 종종 깊은 절망을 느낍니다. 그의 학교생활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선 엄격한 규율로 조선인 학생들을 통제하고 조선어를 사용할 수 없게 합니다. 친구들끼리도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조카의 손을 잡고 대구 신사에 억지로 가야 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어린 조카에게 왜 일본의 신을 향해 절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답답함을 삼킵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고개를 숙이지만, 일기장 속에는 복잡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깁니다.
헌책방에서 발견된 일본어 일기장의 비밀
이 이야기는 3·1절을 맞아 대구시교육청 교육박물관이 발간한 '만화로 보는 여학생 일기'의 일부 내용입니다. '여학생 일기'는 1937년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 경북여고)에 재학 중이던 한 여학생이 11개월 동안 기록한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원본 일기장은 2007년 일본 동지사대학의 오타 오사무 교수가 서울의 한 헌책방에서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원본 일기는 모두 일본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담임교사가 일기를 검사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록에는 일본이 조선인을 ‘천황의 신하’로 만들기 위한 교육, 이른바 '황국 신민화 교육'을 강하게 추진하던 모습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당시 조선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본어를 사용해야 했고, 선생님들은 일본식 이름으로 조선인 학생들을 불렀습니다. 또 조회 시간에는 신사를 향해 절을 했고, 일본군을 위한 위문품 제작이나 군자금 모금 활동에도 동원되었습니다. 전투기 제작에 쓰인다며 우표를 강제로 사게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제국에 충성하는 신민을 길러내는 장소였던 셈이지요.

서슬 퍼런 일제 치하에서도 평범했던 일상
그러나 이러한 통제와 동원 속에서도 학생들은 시험 성적을 걱정하고, 친구와 어울리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평범한 청소년이었습니다. 일기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 친구와의 갈등,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 진로에 대한 고민 등 오늘날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점에서 '여학생 일기'는 거대한 사건이 아닌, 평범한 학생의 일상을 통해 식민지 시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공식 문서나 기록이 드러내지 못하는 교실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일기는 '역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기장 속에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일본은 왜 어린 학생들의 일기까지 일본어로 쓰도록 했을까?
3. 역사책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만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