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그늘로 걸을 권리가 있다?!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6년 8월 28일에 발행한 제213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그늘도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
충북 청주시 상당로에는 하트 모양으로 다듬은 은행나무 41그루가 늘어서 있습니다. 최근 산림청은 일명 '하트나무 가로수길'로 불리는 이 길을 전국 '가로수 관리 우수 사례'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청주시의 자랑거리였던 이 길이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나무의 몸통과 가지를 지나치게 잘라낸 탓에 나무가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한여름 뙤약볕을 막아 줄 나무 그늘마저 거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트나무 가로수길이야말로 시민들의 그늘보행권을 해치는 대표적인 '가로수 관리 불량 사례'로 꼽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늘보행권은 걷는 동안 그늘이 끊기지 않을 권리를 뜻합니다.
그늘 경쟁에 나선 세계의 도시들
보통 살기 좋은 도시를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꼽는 기준은 '녹지 면적', 즉 풀과 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도심 속 공원과 숲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뿐 아니라 깨끗한 공기를 만들고 다양한 동식물이 어우러진 도시 생태계를 유지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기준이 '그늘'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무더위가 갈수록 혹독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해마다 수천 명씩 발생할 정도로 폭염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상당수의 온열질환자가 햇빛이 내리쬐는 길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개념이 '숲 지붕(tree canopy)'입니다. 나무와 풀, 흙이 있는 땅을 뜻하는 녹지와 달리, 숲 지붕은 나뭇잎과 가지가 햇볕을 가려 주는 곳을 가리킵니다. 잘 자란 가로수가 늘어선 인도는 녹지는 아니지만 넓은 숲 지붕에 해당됩니다. 산림청 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가로수가 있는 보행로는 없는 곳보다 기온이 3~7도가량 낮았고,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도로 표면 온도는 최대 10~15도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나뭇잎이 햇빛을 막고 물을 내보내며 주변의 열을 함께 낮추기 때문입니다.
주요 도시들이 그늘 늘리기에 앞다투어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여러 도시가 널리 참고하는 기준은 '3-30-300 원칙'입니다. 집이나 학교, 직장 주변에서 나무 세 그루 이상이 보이고, 동네 나무 그늘이 30% 이상이며, 걸어서 300m 안에 공원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올해 미국 뉴욕은 현재 23.4%인 나무 그늘을 2040년까지 3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그늘보행권 개선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또 이보다 앞서 호주 멜버른은 나무 그늘을 22%에서 40%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습니다.
갈 길 먼 한국...그늘보행권 약속한 서울시
이런 도시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그늘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시민들은 그늘이 부족한 탓에 여름철엔 하루 평균 4시간 21분이나 햇빛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에서 그늘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4.4%로, 비교적 높아 보이는데요. 실제로는 그 대부분이 건물이 만드는 그늘이고 순수하게 나무가 만든 그늘은 15.2%에 그친다는 게 문제입니다.
나무 그늘이 이렇게 부족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집을 짓고 도로를 늘리는 데 치중하다 보니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도는 상대적으로 좁아졌고, 땅속에 빽빽하게 묻힌 수도관·전선관 때문에 나무뿌리가 자랄 공간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간판을 가리거나 낙엽이 많다는 민원, 전선과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안전사고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정기적으로 나뭇가지를 잘라내거나 다 자란 나무를 어린 나무로 바꿔 심기를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 그늘은 자꾸만 줄어들게 됩니다.
반가운 소식은 서울시가 도시를 운영하는 기본 원칙으로 그늘보행권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 19일 서울시는 그늘이 부족한 지역을 골라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고, 차양이나 그늘막을 설치해 그늘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여전히 그늘보행권이라는 개념이 낯설기만 합니다. 나무 한 그루가 사람이 쉴 만한 그늘을 만들려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자라야 합니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생각하면, 그늘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하루빨리 서울을 넘어 더 많은 도시로 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보기 좋은 경관과 안전 등 기사에서 언급된 가로수 관리 원칙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3. 내가 주로 다니는 길 중에서 그늘이 가장 부족한 길은 어디일까? 그 이유는 뭘까?
📋 한눈에 보는 교과 연계 요약표
| 교과 | 학년·학기 | 단원명 | 핵심 연계 내용 | 연계 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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