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낙인으로도 지우지 못한 광복의 꿈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6년 8월 14일에 발행한 제211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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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90여년 전 쓰여진 한 작가의 원고 뭉치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로 왔어. 낡고 누렇게 바랜 채로 말이야. 그 작가가 누구냐고? 바로 '그날이 오면'이라는 유명한 시를 남긴 심훈이야. 그런데 심훈이 남긴 친필 원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사롭지 않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해. 대체 이 종이 뭉치에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쿨리가 취재한 이야기를 들어봐!

붉은 낙인으로도 지우지 못한 광복의 꿈
심훈의 '그날이 오면' 90년 만에 고국으로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이러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룡소슴칠 그날이
이목숨이 끊지기전에 와주기만하량이면
나는 밤한울에 날르는 까마귀와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바더 울리오리다. (중략)

누렇게 바랜 종이 위의 시 한 편. 그런데 까만 글자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삭제(削除)'라고 새겨진 새빨간 도장입니다.
이 시는 작가 심훈의 대표 시 '그날이 오면'입니다. 심훈이 1932년 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조선총독부에 제출한 '심훈 시가집'에 포함돼 있었지만 일제의 검열을 피하지 못했고 해방 후인 1949년에야 공개됐지요.
심훈이 남긴 여러 편의 시와 소설 원고는 미국에 사는 후손들이 직접 모아 오랜 기간 보관하고 있던 것들입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제81회 광복절을 맞아 장편소설 '상록수'와 '직녀성' 친필 원고, 영화 '상록수' 각본 등 자료 수십 점을 기탁 받아 언론에 공개했는데요. 낡은 원고 뭉치 상당수에는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의 흔적들이 가득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써 내려간 글귀들

심훈은 일제강점기의 항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독립을 향한 그의 열망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는데요. 열아홉 살 학생일 때는 3·1 운동에 참여했다가 붙잡혀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어머니에게 쓴 친필 편지('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리는 글월') 역시 이번에 공개됐는데요. 편지에서 심훈은 "저는 어머님보다도 더 크신 어머님을 위하여 한 몸을 바치려는 영광스러운 이 땅의 사나이"라며 굳은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훗날 작가가 된 심훈은 시인이자 소설가,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시와 소설을 남겼는데요. 그 중 상당수는 일제의 검열에 막혀 해방 전까진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심훈은 광복을 9년 앞둔 1936년, 서른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감격해 즉석에서 써 내려간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도 이번에 함께 공개됐는데요.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이라고 써 내려간 글씨에서 식민지 청년의 한과 환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비록 그는 다시 한번 "이겼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지만 그의 곧은 의지는 글 속에 남아 끝내 조국의 광복을 밝혔습니다.

총칼 대신, 붓과 펜으로 싸운 민족 작가들

일제강점기에는 심훈처럼 문학으로 맞서 싸운 독립투사들이 여럿 있습니다. 당시 일본은 조선 사람들이 쓴 신문과 책을 하나하나 검사해서, 조금이라도 저항의 표현들이 담겨 있으면 이를 지워버리거나 아예 출판을 막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작가들은 직접적인 구호 대신 시와 소설 속에 은유와 상징을 담아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광야', '청포도' 같은 시를 쓴 이육사는 젊은 시절 독립운동 단체에 가입해 여러 차례 감옥을 오갔고, 결국 1944년 중국 베이징의 감옥에서 마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시'로 잘 알려진 윤동주는 일본에서 공부하던 중 붙잡혀 감옥에 갇혔다가, 광복을 겨우 여섯 달 앞둔 1945년 2월 스물일곱의 나이로 감옥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그가 남긴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님의 침묵'을 쓴 한용운은 3·1 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남긴 시 한 편, 한 편은 그 시절 마음대로 말할 수도, 마음대로 쓸 수도 없었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생각과 다짐이었습니다. 심훈의 원고에 남은 붉은 검열 도장은 일제가 이들의 굳은 의지와 용기를 지우려 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원고는 그 시도가 완전히 실패로 끝났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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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3. 일제강점기의 작가들이 목숨을 걸고 썼던 시와 소설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힘을 발휘했을까?

📋 한눈에 보는 교과 연계 요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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