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히기 위해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5년 11월 7일에 발행한 제172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이번 주 뉴스쿨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1. HEADLINE - "덥고 좁은 케이지에서 날 꺼내줘" 암탉 꼬꼬의 이야기
  2. 뉴스쿨TV -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기를 먹을까?
  3. PLAY - [찬반토론] 비좁은 닭장을 없애야 할까?
  4. BOOKCLUB - 육식 그리고 채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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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마트에서 달걀을 살 때 껍데기에 적힌 숫자를 본 적 있니? 모든 달걀에는 1번부터 4번까지의 ‘난각번호’가 표시되어 있어. 1번은 ‘방사 달걀’로, 밖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닭이 낳은 알이야. 2번은 ‘평사 달걀’로, 실내지만 닭이 날개를 펼 수 있을 만큼 넓은 곳에서 자란 닭이 낳았지.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일반 케이지’ 달걀이야. 숫자가 커질수록 닭이 더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 살았다는 뜻이야. 1번 달걀은 꽤 비싸. 하지만 1번이라는 숫자에는 햇살을 즐기며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닭이 낳은 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그렇다면 4번 달걀을 낳는,케이지 속 닭들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지금부터 케이지 속 암탉 ‘꼬꼬’의 이야기를 들어봐.

 암탉 꼬꼬의 이야기

"덥고 좁은 케이지에서 날 꺼내줘"

안녕, 나는 암탉 ‘꼬꼬’야. 나는 철망으로 된 케이지 안에서 다른 닭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 우리가 사는 집을 사람들은 아주 좁다는 의미로 배터리 케이지라고 불러.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한 마리 당 0.05㎡, A4용지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돼. 몸을 돌리기도 힘들고, 날개를 펴면 옆 친구와 부딪히기도 하지. 닭은 땀샘이 없고 체온이 41도나 돼서 더위에 약해. 여름이면 케이지 안이 찜통이 되고, 숨을 쉬기도 힘들어. 한여름에는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 닭도 많아.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케이지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없어. 우리는 단지 알을 낳기 위해 이곳에 있으니까.

비좁은 케이지 속 닭들...날개도 펼치지 못하고 온종일 산란

우리는 날개를 퍼덕이거나 모래로 목욕하는 걸 좋아해. 하지만 배터리 케이지는 좁아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어. 매일 아침 조명이 켜지면 우리는 깨어나 사료를 먹어. 좁은 틈 사이로 부리를 내밀어 허겁지겁 먹지. 사료를 더 많이 먹으려고 다른 닭들을 밀쳐 내느라 다치기 일쑤야. 바닥이 철망으로 된 케이지도 있어. 그런 곳에서는 가끔 철망 사이에 발이 끼거나 찢어져 다치기도 해. 상처가 빨리 낫지 않으면 그 틈으로 세균이 들어오지. 결국 몇몇 닭들은 병에 걸려 죽기도 해. 사료를 다 먹고 나면 또 다시 알을 낳아야 해.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고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야. 우리가 낳은 알은 깨끗이 씻겨 상자에 담기고, 시장으로 실려가. 이렇게 매일 살다 보면 우리도 인간처럼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가 쌓이면 깃털이 빠지고, 면역력이 약해진 닭들은 병에 걸려 죽기도 해.  

이런 케이지 닭장을 만든 건 효율성 때문이래.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닭을 밀어 넣으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거든. 케이지 안에선 닭들이 거의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에너지를 덜 쓰는데, 그 만큼 알을 더 자주 낳는다고 해. 특히 우리처럼 좁은 케이지에서 사는 닭이 낳은 달걀은 값이 싸.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먹지. 농장 주인 입장에서는 비용은 크게 아끼면서 더많은 달걀을 얻을 수 있고 그 달걀이 잘 팔리니까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

배터리 케이지 금지하는 나라 점점 많아져...한국은 2년 유예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고통을 알아채고 배터리 케이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 이미 많은 나라에서 배터리 케이지가 사라졌어. 스웨덴에선 최근 모든 농장의 케이지를 철거했어. 덕분에 약 1700만 마리의 닭이 케이지 없이 넓은 농장에서 살게 됐어.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케이지를 조금씩 없애는 추세야. 미국 일부 주에서도 꽤 오래 전부터 닭을 넓은 우리에 풀어두고 키우기로 했어.

이런 변화는 '동물도 행복해야 인간도 건강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래. 케이지 속 닭은 스트레스가 쌓여 면역력이 약하고, 쉽게 병에 걸려. 그래서 이런 농장에선 전염병을 예방하려고 항생제나 살충제를 많이 사용해. 그 성분은 고스란히 달걀에도 남겠지. 이런 달걀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판매점에서는 동물복지를 지키는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 넓은 공간에서 생활한 닭이 낳은 알을 따로 표시해서 판다고 해.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사실 나는 올해를 손꼽아 기다렸어. 2018년 정부는 우리에게 닭 한 마리가 쓸 수 있는 공간을 0.05㎡에서 0.075㎡로 넓혀주겠다고 약속했거든. 그리고 올해 그 약속을 지키기로 했지. 하지만 농가들이 시설을 바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버티는 바람에 시행 시기가 2027년 9월로 미뤄졌어. 이렇게 시간이 늦춰진 것도 속상한데 어떤 정치인들은 아예 약속을 없던 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대. 과연 나와 친구들은 죽기 전에 배터리 케이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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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동물권을 보호하고 사람들의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배터리 케이지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 반면 배터리 케이지를 없애면 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달걀 가격도 비싸져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 어느쪽 의견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해?

💡
닭들이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배터리 케이지 사진을 보고 쿨리는 마음이 무척 불편해졌어. 내가 먹는 닭고기와 계란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 이렇게 좁은 우리에 갇혀서 고기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동물은 또 있어. 소나 돼지처럼 우리가 많이 먹는 동물들은 공장처럼 운영되는 좁은 축사에서 살다가 고기가 되지. 이 모든 게 인간이 고기를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래. 우리가 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길래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뉴쌤께 여쭤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