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한국인이 '환경 노벨상'을 받았어요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6년 4월 24일에 발행한 제195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이번 주 뉴스쿨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 HEADLINE - 국가 대표 환경 운동가, 그린 노벨상을 받다
- 뉴스쿨TV - 환경권,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
- PLAY - 2049년, 미래의 나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 BOOKCLUB - 기후위기에 맞선 작은 영웅들
기후위기에 법으로 '맞장'
'환경 노벨상' 주인공 됐다
지난 4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상식에 한국인 한 명이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후 활동가이자 청소년기후행동의 핵심 멤버인 김보림(33) 씨입니다. 김 씨가 받은 상은 '골드만 환경상'. 환경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그린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상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수상한 이후 31년 만에 두 번째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김보림 씨가 이 상을 받은 것은 '기후 헌법소원'을 이끌었기 때문이에요. 골드만 환경재단은 김 씨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김보림과 그가 이끄는 청소년기후행동은 아시아 최초로 청소년이 주도한 기후 소송에서 승리하는 역사를 썼다"며 "이는 아시아 기후변화 운동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소년 주도 기후 소송 이끌며 미래 세대 위해 싸워
골드만 환경상은 1989년 미국의 자선가 부부인 리처드 골드만과 로다 골드만이 세계의 풀뿌리 환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에요. 매년 아프리카·아시아·유럽·북미·중남미·섬나라 등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37년 동안 98개국에서 239명의 활동가들이 이 상을 받았습니다.
권위 있는 상인 만큼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이 화려합니다. 1991년에는 케냐에서 '그린벨트 운동'을 이끌며 나무 심기 활동을 벌인 왕가리 마타이가 이 상을 받았어요. 마타이는 이후 2004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인물이에요. 1996년에는 아마존 삼림 벌채에 맞서 싸운 브라질의 마리나 시우바가 수상했고, 훗날 브라질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이 됐지요. 2016년에는 슬로바키아의 환경변호사 주사나 카푸토바가 받았는데, 그는 이후 슬로바키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어요. 이처럼 골드만 환경상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훗날 세계 역사를 바꾼 인물들이 많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6개 대륙 수상자 전원이 여성입니다. 이는 골드만 환경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김보림 씨와 함께 이 상을 받은 다섯 명도 저마다 자신의 땅에서 환경을 지켜낸 놀라운 사람들이에요. 나이지리아의 산림과 멸종 위기에 처한 짧은꼬리둥근잎박쥐의 서식지를 지켜낸 이로로 탄시, 영국에서 화석 연료 개발 사업을 허가받 때 기후 영향을 반드시 따지도록 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낸 사라 핀치, 파푸아뉴기니에서 세계적인 광산 기업 리오 틴토의 환경 파괴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한 테올리아 로카 맛봅, 북미 최대 광산 개발을 막으며 알래스카 연어 서식지를 지켜낸 알라낙 아카 헐리, 콜롬비아에서 마그달레나 강을 오염 위기로부터 구해낸 유벨리스 모랄레스 블랑코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기후 행동의 역사를 바꾼 역사적 판결, 승리로
김 씨와 청소년기후행동이 이끈 '기후 헌법소원'의 시작은 2018년이었습니다. 당시 김 씨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기후위기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의 한 여성이 집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졌다는 뉴스에 큰 충격을 받았지요. 이후 그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청소년들과 만나 2019년 청소년기후행동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정부를 찾아다니며 기후 대응 정책의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기후 정의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대상'으로만 여겨졌을 뿐, 기후 대응 정책을 함께 의논하는 파트너로 존중 받지 못했습니다. 그때 마침 네덜란드에서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기후 소송을 내서 이겼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김 씨는 바로 그 순간 무릎을 탁 쳤습니다. 법으로 싸워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2020년 3월, 마침내 청소년기후행동 소속의 청소년 19명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어요. 이들은 헌법 소원을 내면서 "정부가 세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아서,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우리의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지키지 못한다"며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4년 8월,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어요. 재판관 9명이 전원 일치로 "정부가 잘못했다"며 김 씨와 청소년기후행동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정부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정해뒀지만 2031년부터 2049년까지 무려 19년간의 목표를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어요. 헌법재판소는 이것이 "정부가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한 기후소송이 성과를 낸 건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김 씨는 어째서 어른들이 아닌 청소년들과 함께 이런 싸움을 벌인 걸까요? 그것은 지금의 어른들보다 미래에 어른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기후 위기의 주된 피해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른들이 내뿜은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는 더욱 뜨거워질 테고 미래세대는 더 심각한 기후 재앙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미래의 주인공에게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게 할 결정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직접 법정에 선 이유였지요.
김 씨는 "누구나 변화의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을 때, 그 누구도 기후위기 속에서 위험의 가장자리로 밀려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수상 소감을 갈음했습니다. 세상을 바꾼 건 언제나 평범한 시민들이었듯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소홀한 것이 우리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을까?
3. 내가 바꾸고 싶은 불공평한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