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가갸글에서 세계의 글자로
이 콘텐츠는 뉴스쿨 News'Cool이 2026년 10월 9일에 발행한 제218호 이번 주 뉴스쿨입니다.
가갸날에서 한글날로
100년을 이어 온 한글의 생일잔치
"우리 글자를 언제까지 '언문'이라고 부르죠?"
1926년 11월 4일, 서울의 한 요릿집 ‘식도원’에 수백 명이 모였습니다. 신문사와 출판사 사람들, 종교인, 작가, 학자까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잔치를 준비한 곳은 한글학자 주시경의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던 '조선어연구회', 그리고 잡지 『신민』을 펴내던 신민사였습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까닭은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틀 뒤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면, 이날 잔치에서는 우리 글자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습니다. 신문은 이미 잔치 당일 아침부터 이날을 '가갸날'이라고 소개했는데, 주시경의 제자로 한글을 연구하던 권덕규는 이 이름을 그대로 쓰자고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가갸거겨, 나냐너녀" 하고 소리 내어 읽으며 한글을 익혔으니, 누구에게나 친숙한 이름이었지요. 권덕규는 또 우리 글자도 '언문' 대신, 스승 주시경이 쓰기 시작한 이름인 '한글'로 부르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우리말 연구에 가장 밝다고 알려진 학자 어윤적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세종대왕 때부터 써 온 이름인 '정음'을 따서 '정음날'로 해도 좋다고 맞선 것입니다. 천연두를 막는 예방 접종법인 종두법을 널리 알린 의사이자 우리말 연구에도 힘쓴 지석영도 여러 의견을 보탰습니다. 이날 사람들은 결론을 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뽑은 위원들에게 결정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이날 잔치를 '가갸날 잔치'라고 불렀고, 이후 몇 해 동안 '가갸날'이라는 이름이 널리 쓰였습니다.
'언문'이라 불리던 우리 글자
당시 우리 글자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어려운 한자로 쓴 글, 곧 한문을 읽고 써야 제대로 배운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에, 우리 글자는 흔히 '언문'이라고 불렸습니다. 한문에 비해 격이 낮은 글자, 점잖지 못한 말을 적는 글이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었지요. 게다가 나라를 빼앗긴 뒤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국어'로 가르쳤고,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가갸날은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었던 사람들의 다짐이었습니다. 첫 가갸날 아침, 동아일보는 한문에 눌려 '언문'이라고까지 업신여김을 받아 온 우리말과 글을 되살리자는 소식을 크게 전했습니다. 농촌의 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는 '가갸 강습회'를 열 계획도 함께 알렸습니다. 이들에게 한글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남겨 두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배우고 읽고 쓸 수 있는 글자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가갸날 소식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은 한 달 뒤 신문에 가갸날을 기리는 시를 실었습니다. "아아 가갸날/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로 시작하는 이 시에서 그는 가갸날이라는 이름이 '데이'나 '시즌' 같은 외국말보다 읽기 좋고 알기 쉽다며 기뻐했습니다.
억압 속에서도 살아남은 한글, 세계가 배우는 글자로
가갸날은 2년 뒤인 1928년 '한글날'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한글의 생일잔치를 이어 가기는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일제가 우리말과 글을 더욱 거세게 억누르면서 기념식을 열기 힘들어졌고, 1942년에는 기념식을 준비하던 한글 학자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광복을 맞은 1945년, 1940년에 발견된 옛 책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록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10월 9일에 한글날 기념식이 열렸고 한글은 점차 위상을 되찾았습니다. 2005년에는 한글날이 나라의 큰 경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 되며 그 의미가 더욱 커졌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글자를 배우는 사람은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한글부터 익히는데요. 지난해 세계 곳곳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사람은 23만 902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지원자도 지난해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 약 57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100년 전 우리 스스로 그 가치를 알리려 생일잔치를 열었던 '언문'이 이제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세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글자가 된 것입니다.
1. 오늘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2. 사람들이 어떤 언어나 문자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그 언어와 문자는 어떻게 될까?
3. 지금 세계인이 한글을 배우는 모습을 100년 전 가갸날을 만든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할까?
📋 한눈에 보는 교과 연계 요약표
| 교과 | 학년·학기 | 단원명 | 핵심 연계 내용 | 연계 강도 |
|---|---|---|---|---|
| 국어 | 4-2 | 우리말 우리글 (한글의 특성 이해하기 / 문자가 필요한 까닭 알기 / 한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지니기) | [TV] 뜻글자와 소리글자, 발음 기관을 본뜬 자음과 획 더하기, 하늘·땅·사람을 본뜬 모음, 헐버트가 나흘 만에 익힌 한글 / [헤드라인] '언문'이라 낮춰 불린 한글과 가갸날 | ⭐⭐⭐ |
| 사회 | 5-2 | 식민 통치와 저항, 전쟁이 바꾼 사회와 생활 – 1. 일제의 침략과 광복을 위한 노력 [6사06-01] (차시: 일제 강점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 [헤드라인] 1926년 가갸날 제정,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 1945년 첫 10월 9일 기념식 / [TV] 1929년 이후 학생들의 농촌 한글 교육, 1930년 문해율 | ⭐⭐⭐ |
| 사회 | 5-2 | 달라지는 시대, 변화하는 생활 모습 – 1. 유교 문화가 발달한 조선 [6사05-01] (차시: 조선 전기 문화와 과학 발전 모습을 살펴볼까요?) | [TV]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와 해례본 정인지 서문, 한문을 높이 친 유교 사회에서 '그림의 떡'이 된 『훈몽자회』 | ⭐⭐ |
| 사회 | 5-2 | 달라지는 시대, 변화하는 생활 모습 – 2. 새로운 사회를 향한 움직임 [6사05-02] (차시: 조선 후기 문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 [TV] 양반집 필사 글자표에서 1870년대 장터에서 팔린 목판 반절표로, 서민의 한글 학습 확산 | ⭐⭐ |
| 국어 | 5-2 | 우리말 지킴이 [6국01-03] (발표 주제를 생각하며 자료를 조사하고 구성하기) | [북클럽·PLAY] 한글을 지킨 사람들, 가갸날의 역사를 조사해 발표하기 | ⭐⭐ |
| 사회 | 3-1 | 2. 일상에서 만나는 과거 [4사02-02] (오래된 물건이나 자료로 과거의 모습 살펴보기) | [TV] 1877년 정축신간반절표로 옛날 사람들의 한글 공부 모습 추론하기, 한글날 100주년 특별전 | ⭐⭐ |
| 수학 | 3-2 | 곱셈 [4수01-04] ((두 자리 수)×(두 자리 수) 알아보기) | [TV] 19×21=399, 399×28=11,172로 한글 글자 수 계산하기, 구구단표와 닮은 글자표 | ⭐ |